제주에서 행복의 터전을 만들려는 이들에게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이었다. 제주로 이주한 친구를 만나러 무작정 치를 배에 실을 때만 해도 제주와의 인연이 이렇게 길게 이어 질 줄은 몰랐다.

배에서 내린 그날이었다. 제주 특유의 바다내음과 바람이 내 몸을 감싸자 내 안에서 무언가가 부서졌다. 그리고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  았다. 이러한 증상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고  그날 이후 나는 뭍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제주의 자연은 내 몸과 마음을 고스란히 감싸주었다. 요즘에는 그런 아가씨들이 많아졌지만 1997년 당시에 20대 초중반 아가씨가 제주에 반해 눌러앉겠다고 하니, 가족과 친구들이 몹시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나 막상 제주에서 지내다 보니 나는 제주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제주 사람들과 나 사이에는 깊고 험한 바다가 가로놓여 있는 듯했고, 나는 태풍으로 운항을 멈춘 여객선을 하염없이 바라보듯 씁쓰름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다 잠시 제주를 떠나 육지에서 생활 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제주를 떠나 서울과 부산에서 살다 보니 굽이굽이 그리운 제주의 풍광들이 나를 호출했다. 이른 새벽에 바닷가 해무 속을  달리던 순간, 가을 억새밭에 누워 바람을 맞으며 읽었던 책들, 바닷가 검은 바위에 앉아 시간 기는 줄 모른 채 석양을 바라보던 기억, 달빛 이 은은한 여름밤에 야간수영을 즐기곤 했던 추억, 제주에서의 시간 들이 가습 시리도록 그리웠다  결국 나는 제주의 호출에 응했고, 2년여의 육지생활을 뒤로한 채 다시금 제주로 돌아왔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내게 제주는 포근한 제2의 고향이 되어주었고, 제주 사람들 역시 고향사람이 되어주었다. 제  주 사람들과 나 사이에 놓였던 깊고 험한 바디는 따뜻하고 잔잔한 바다로 변했고, 막상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며 다가가니 제주 사람들의 속마음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제주도를 창조한 여신인 설문대 할망이 “제주로 세 번 들어와야 진 정한 제주 사람이 된다”고 했던가! 나는 두 번 들어왔고, 지금은 제 주 사람이 다 되었으므로 굳이 세 번까지 채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난 10여 년간 제주에 두 번째 들어와 살게 되면서 변화무쌍한 시간을 보냈다 다시 제주로 돌아올 때 나는 말 그대로 빈털터리였다. 이 떻게든 경제활동을 해야 했기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부동산 일 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성 혼자서, 그것도 제주에서 경제활동을 한다 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나는 처음부터 부동산 분야에서 가장 고난이도로 통하는 토지 시장 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많은 사람들의 빈주을 사기에 충분했 다. 부연하자면, 부동산 업자들은 시내 전월세 중개에서 매매 중개, 상업용 부동산 중개, 토지 중개 등의 과정을 거쳐 성장한다. 토지 분야 에까지 입문하는 기간도 길지만, 입문한다 하더라도 같은 업자들에게 먹고 먹히는 구조라 살아남기가 여간 힘든 편이 아니다. 게다가 내 고 향은 제주가 아닌 경남 합천이다. 학연도 지연도 없는 제주에서, 그것도 치열한 -부동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풍랑을 두려워하지 않는 선장처럼 강해져야 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내가 깨달은 것은 '부동산은 가치가 가격을 만 들 수 있다'이다. 어떤 땅을 만나든 그 땅에 가치를 만들어내면 가격 은 자연스럽게 꼬리를 물고 상승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개발은 종합예술”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소위 말하는 종합예수을 하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아직도 수많은 난관을 해쳐 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주 부등 산의 흐름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주제  넘을 수도 있지만, 나와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고객뿐만 아니라 멀리 서 제주 부동산 정보에 목말라하는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이 책을 집 필했다.


나는 2년여 전에『집 없어도 제주 부동산 사라』를 출간했는데, 이 후 제주 부동산 시장은 변화무쌍한 바다처럼 급격히 달라졌다. 그리 하여 독자 여러분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자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제주는 아직도 무한한 기능성 이 있는 곳이다. 소자본으로 가난을 벗 어나고자 하는 이들의 꿈을 이뤄줄 수도 있는 곳임과 동시에 행복한 삶을 이뤄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0여 년간   토지 전문 부 동산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낯선 토지들을 많이 만나곤 한다. 제주는 그만큼 넓은 곳이고, 제주에는 좋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토지가 많다. 이 책이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해 여러분 스스로 노력하 다 보면 얼마든지 멋진 토지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주에서 제2의 인생살이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꼭 조언해 드리 고 싶은 말이 있다. 제주 사람들은 그다지 배타적이지 않다. 그들이 배타적일 거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순간 제주 사람들과 나 사이에 깊 고 험한 바디를 만들어놓을 뿐이다. 제주에는 아직도 '수눌음'이리는 품앗이 문화가 있다. '수눌음'은 '수눌어간다의 명사인데, '함께 품을 교환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제주 사람들은 농사일을 할 때 이웃끼리 서로 돌아가면서 도와주는 '수눌음'을 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 사람 들에게는 따뜻한 정이 있는데, 편견을 없애고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 제주 사람들과 나 사이에는 따뜻하고 잔잔한 바다가 펼쳐질 것이다.


제주생활과 육지생활의 다른 점은 '느림 '만 있을 뿐이다. 도시에서 매순간 바쁘게 살아온 이들에게 어쩌면 제주생활은 답답하고 따분할 수 있다. 하지만 각박한 도시생활을 뒤로한 채 새 삶을 꾸리려는 분들 에게 제주생활은 행복을 안겨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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