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의 고민들


외부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강연이 끝난 후, 중년 신사 한 분이 찾아온 적이 있다. 그는 금융기관을 오래 다니다 은퇴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은퇴 이후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지만 현금 흐름이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는 지금 거주 중인 집 한 채와 현금이 4억 원 정도 있는데, 4억 원을 가지고 갭투자를 하려니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고, 월세를 받으려고 하니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임대소득 과세다 복잡해져 만 가는 것 같고, 재건축 재개발에 투자하려니 투자 원금이 많이 들어 부담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는 갭투자할 만한 좋은 아파트 있으면 추천 좀 해달라고 하셨다. 이 상담이 내게 준 임팩트는 짧지만 강렬했다.

'폭탄 돌리기'리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타이머가 설치된 가짜 폭탄을 상대방에게 넘기다가, 자기 손 안 에서 폭탄이 터지면 술래가 되는 게임이다.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두고 '세대 간의 폭탄 돌리기가 같다고 표현한다. 50~60대가 은퇴하여 집을 팔면 이를 30~40대가 시주고, 30~40대 가 은퇴하여 집을 팔면 이를 현재의 20~30대가 사주는 식으로, 아래 세대가 위 세대의 집을 사주다 보면 결국에는 인구는 감소하기 때문에 더 이상 집을 사줄 세대가 사라져서 그 시점에 집값이라는 폭탄이 터질 거라는 비유다. 그래서 소득이 낮은 다음 세대가 내 집을 사주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나음의 기사 헤드라인과 같이 이러한 통념을 깬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50~60대가 집을 더 많이 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위 세대가 나음 세대에서 폭탄을 넘기지 않고 오히려 껴안고 있다 는 의미다. 왜 그럴까?

 

빗나간 정론, 5060 주택 구매 급증

5년간 60대 구매 건수 5796 늘어, 투자 차원 큰손으로 떠올라 노후 자금 마련 위한 집단 매도가 집값 끌어내린다는 전망 뒤집어”(출처:조전비즈)

많은 전문가가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 집을 유지할 수입(현금흐름)이 없어지므로, 대출이 포함된 집을 팔고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여, 집 판 돈으로 생활하게 될 거라고 말한다. 이 주장은 그 레고리 맨큐와 데이비드 웨일 교수의 논문Baby boom, Baby burst and the housing market(1989)>이 주요 논거이기도 하고, 이미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한 나라에서 발견된 현상이기도 해서 우리나라 또한 그런 흐름으로 갈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이 오히려 더 많은 집을 사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내가 아는 한 지인은 2006년 경기도에서, 보유 중인 토지를 도시 개발사업을 위해 수용하면서 약 32억 원을 보상받았다. 그중 일부는 자녀에게 증여하고, 나머지 25억 원은 예금에 가입하여 이자를 받아 생활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금리가 엄청나게 떨어져서 2006년과 같은 이자 수익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마포나 상암 지역의 오피스텔을 매수하여 월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거꾸로 부동 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사질 은퇴 이후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례는 너무 많아서 통계로도 제공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움직임이 더 많아질 것이다.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나마 4~50%대의 자기자본 수 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월세에 대한 요구가 거세고, 이는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될 것이다. 자본은 수익을 찾아 흐르기 때문이다.

종종 50~60대 시니어를 대상으로 강의할 때가 있다. 강의 후에는 여러 질문을 받는데, 한 번은 월세를 받기 위해 집을 여러 채 보 유했고 투자도 늘렸다는 중년 남성이 이런 질문을 했다.

지금 20~30대는 과거와 달리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데••• 그들이 나중에 우리가 파는 집을 사줄 수 있을까요?” 이 말은 폭탄 돌리기의 끝이 다가오고 있으니 보유하고 있는 집을 서둘러 처분하는 게 맞지 않냐는 질문이었다.

다음 세대가 집을 사지 못할 것을 걱정하시면서 막상 월세 투자를 하고 계시네요. 선생님께서는 다음 세대의 소득이 감소하는 것을 염려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환영하시는 건가요? 선생님과 같이 은퇴를 앞둔 50~60대분들이 월세를 받기 위해 집을 삽니다. 그런데 월세입자들의 소득이 크게 늘어 집을 사게 되면 임대 수요가 감소 하고 임대료도 줄겠죠. 그러면 선생님이 하신 투지는 실패하게 됩니다. 다주택자들, 특히 월세를 놓는 다주택자들은 안정적인 임차인을 원합니다. 안정적인 임차인이란 뭔가요? 임대시장에 계속 남아 있는 임차인을 말하는 거죠. 임대시장에 계속 남아 있다는 건 뭔가요?

집을 사지 못한다는 것 아닙니까? 결국 선생님 같은 분들이 미래 세대의 소득이 증가하지 못하면 더 좋아하실 분 아닌가요?” 다시는 그 모임에서 나를 부르지 않을 것이다.

 

100만 원으로 강남 건물주 되기


애널리스트로서 가장 재미 있으면서 어려운 일이 뭐냐고 묻는다 면 단연코 본업인 '종목 매수(매도) 의견'이라고 하겠다. 시장은 항상 꿈틀거리는 생물과 같아서 건설주는 상승했는데 내가 추천한 건설 주의 개별 종목은 하락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혹은 국내 시장의 범위를 벗어나는 이벤트가 발생하여 국내 주식 가격이 변화할 수도 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내적 요인이 견고 하고 거시적으로 양호하디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그래서 어디를 사야 되나요?”일 것이다.

이 질문은 모든 투자 상품에 적용될 수 있는 공통된 질문이어서, 항상 존재해왔지만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한 번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1900년대 초에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가 동시 다발적으로 건설될 때 분당을 선택한 분들은 무슨 합리적인 이유로 선택했냐는 질문이었다. 지금 시점에 비유하면 세종시가 1구역부터 6구역까지 동시에 개발되는데, 세종시 투자자라면 1구역부터 6구역 중 어느 구역에, 왜 투자할지 묻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되겠다.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부모님 직장이 서초라서 분당을 택했다는 의견처럼 직장 근처여서 갔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당시 강남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분당을 선택하고, 여의도나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일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분당은 천당 위에 분당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지만, 일산은 그러지 못했다. 강남권 전체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일산과 분 당의 가격 차이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내 은사이신 교수님께서 이에 대한 답변들을 정리해주셨다. 분당 은 강남 등 서울로의 접근이 편리하고, 경부선 교통축이어서 수원 이나 안양, 용인에 대한 접근이 탁월하며, 신도시 규모가 크고, 배후에 성남시가 있어서 배후 지원도 용이했다고 한다. 또 적정 밀도를 유지하여 생활하기 편리했고, 공공기관 이전 유치에 대한 발표 등도 분당을 선택하게 한 이유였다고 한다. 어쨌거나 그 선택은 미래를 달라지게 했다.

투자 선택의 문제는 투자 손익의 결과로 직결된다. 그리고 투자 방법에 있어서 자신이 직접 하는 투지를 직접 투자, 타인에게 위임 하는 투자를 간접 투자라고 한다.

간접 투자는 주식형 펀드 등이 포함되어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 진 방식이다. 한때 적립식 편드 열풍이 불어 매월 일정 금액을 주식 형 펀드에 넣는 재테크가 널리 퍼진 적이 있는데, 2008년 금융 위기 와 함께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적립식 간접 투자 펀드의 열풍도 사그라졌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식형 적립식 펀드처럼 개인이 간접 투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그래서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으면 목돈이 들어가는 직접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는 리드에 대한 부담이 큰 사람들이 선뜻 참여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소액 투자 전략으로, 갭투자가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이다.

반면 펀드와 같은 집합 투자 자산은 모든 자산이 특정 상품에 집 중 투자되는 리스크를 분산시켜, 다양한 분야의 주식을 운용한다. 최소 30~5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은,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개별 종목에 올인하는 리스크를 해제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상품이다. 예를 들 어 과거 용인의 대형 평수 아파트를 매수했는데 현재는 집값이 고 점 대비 500% 하락한 상태라고 해보자. 이와 같이 한 재산에 집중 투 자했을 때 생기는 리스크가, 편드형 방식에서는 여러 개의 종목으로 분산 투자되면서 낮아진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개인이 부동산 시장에 간접 투자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국내 최대 부동산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2017년 공모 형 부동산 펀드의 포문을 열었다. 223일에 청약한 이 펀드의 1인 최소 가입액은 100만 원이었는데, 329억 원의 투자 모집을 완료 했다. 모집된 공모 자금은 서울 삼성동 바른빌딩의 매입비로 사용됐 다. 바른빌딩은 국내 7위 로펌인 법무법인 바른이 2009년 준공한 빌 딩으로, 바른은 이 건물을 펀드에 매각하고 건물 전체를 다시 10년 간 장기 임차하는 '세일즈 앤 리스백(salesandleaseback)' 방식으로 운용 한다. 강남구 상업용 빌딩을 매입하는 공모 자금이 하루 민에 모집 된 것은 공모형 펀드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으로, 물건이 좋다면 돈 은 금방 모인다는 간단한 진리를 보여준 사례다.

공모형간접 편드 이외에 추가로 공모형재간접 펀드 논의도 한창 이다. 금융위원회는 20169, '공모재간접 부동산 편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공모재간접 부동산 편드'리는 이름 자체가 복잡하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각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있다.

먼저 이 편드는 '사모가 아니라 '공보로 진행된다. '사보란 50인 미만을 모집할 때, '공보란 50인 이상을 모집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그다음, 부동산 편드는 주식형 펀드처럼 취급 대상이 주식이 아닌 부동산인 것을 말한다. 부동산에는 주택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들 이 선호하는 상업용 오피스텔, 전시장, 사회 기반 시설, 물류센터 등 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어서 부동산 펀드가 실제 매수하는 대상은 광 범위하다. 마지막으로 '재간접'이라는 단어가 이 법 개정의 핵심 내 용이다. 재간접이란 일반적인 부동산 펀드가 간접 투지를 통해서 이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공모재간접편드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 을 거라고 본다.

투지를 할 때 직접 투자, 간접 투자, 재간접 투자 중 무엇이 가장 낫냐는 질문은 어찌 보면 무의미하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방식이 있고, 투자 성향, 투자금의 성격, 투자 대상에 따라 모두 다 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으면서 직접 투자의 불확실성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개인투자지들에게, 0 모형재간접 부동산 편드는 일대 혁신을 갖고 올 가능성이 높다.

나도 훗날 이런 상품이 나온다면 당연히 가입할 것이다. 물론 부 동산 펀드를 운영하는 편드 매니저와 운영사, 운영 방침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일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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