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이상과열로 14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규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6.19대책, 8.2대책에 이어 10.24 가계부채대책까지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사문화한 부동산 규제책을 다시 부활시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분양가 상한제를 비롯한 초과이익환수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부동산 규제 3종 세트는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시장과 투자자들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서울 빠진 '분양가 상한제', 실효성 있나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는 이달부터 시행된다.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12일 입법예고 기간을 마치고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던 분양가상한제가 민간택지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기로 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도 이 때 발표될 것으로 예고했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이 다시 등장하는 분양가 상한제의 첫 적용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이 빠져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등 집값 상승을 유발한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당장 적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 제도의 적용을 받기 위한 전제는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어야 한다. 이 요건을 충족하면서 ▲직전달부터 이전 12개월간 평균 분양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각각 5대 1(국민주택 규모 이하는 10:1)을 초과한 경우 ▲직전 3개월간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한 경우 등 세 가지 선택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는 지역은 주거정책심의위를 거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그런데 최근 거래가 끊긴 서울시의 집값 상승률은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시의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은 0.94%로, 같은 기간 서울지역 물가상승률 0.90%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크게 상승한 노원구와 동작구가 각각 1.34%, 1.24%지만 물가상승률 2배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의 서울 적용 여부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강남권은  사실상 분양권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난해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아파트 분양 보증 거부 등으로 이미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분양에 들어갔고 거기에 따른 '로또청약'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지난 8월 분양한 신반포센트럴자이는 HUG의 분양 보증을 받는 과정에서 분양가가 당초보다 3.3㎡당 500만원 가량 떨어진 평균 4250만원으로 책정돼 1순위 청약에서 올해 서울지역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부 평형은 무려 510대 1을 기록했다. 새로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으니 당첨만 되면 단순 시세 차익만 수억원에 이른다.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땅값과 건축비 등 원가를 고려하는 집값 안정책이다. 1989년 '주택법'에 따라 분양원가연동제로 처음 실시됐다가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조치로 사려졌다. 이후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국정과제비서관이던 김수현 사회수석의 지휘로 판교신도시부터 다시 적용됐다.

그러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유명무실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8.2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분양가 상한제가 사문화돼 2015년 4월 민간택지 적용 기준을 강화(3개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10% 이상)한 뒤로는 거의 해당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 재미보기' 끝인가?
2014년 말 부동산 규제 완화책의 하나로 3년간 시행이 유예된 초과이익환수제는 내년 예정대로 부활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생긴 이익이 재건축 조합원당 평균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초과금액의 최대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제도로 재건축 시장에서는 저승사자와도 같은 규제로 통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가구당 수천 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내야 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 때문에 보수 정치권은 재산권 침해라는 명목으로 재유예나 완전 폐지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 6.19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정부는 "올해 말로 끝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내년 1월 이후 정상으로 집행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최근 사상 초유의 시공사 선정전을 벌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이 시공사와의 공동시행 방식을 택하고 급하게 인허가나 시공사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올해까지 구청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해야 환수제 적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단지가 환수제 적용을 피하지 못하면 정부에 세금으로 내야할 돈이 자그마치 7000억원~1조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최근에는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더라도 사업 진행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의 한 조합 관계자는 "환수금을 내더라도 사업을 빨리 진행하자는 게 조합원들의 의견이다"면서 "1가구에 억대에 이르는 환수금이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지만 향후 주택시장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합원들간의 의견은 갈린다. 서초구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A씨는 "조합이나 시공사가 환수제를 피하게 해준다고 장담을 해놓고는 이제 와서 빨리 진행하자거나 공사비를 높여 환수금을 줄이자고 나오는  게 못마땅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토부가 지난달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재건축 조합에 대한 이사비 등 금품 공세도 이제 없어질 전망이다. 시공 입찰에 나서는 건설사는 대규모 이사비 지원이나 입주자 융자·보증을 제안할 수 없고 금품 등을 제공하면 해당 사업장의 시공권도 박탈되기 때문이다.

◆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세금폭탄' 터뜨리나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서울과 세종신도시 등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부활한다.

이에 따라 조정지역내에서 주택을 양도하는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겐 일반세율(6~40%)에 10%포인트가 가산되고,  3주택 이상자에겐 일반세율에 20%포인트가 추가 부과된다. 또한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2주택자는 16~50%, 3주택 이상자는 26~60%의 양소데율이 적용된다.

이들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세 최고 세율은 60%인데 여기에 주민세 6%를 더하면 양도소득의 6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1가구 1주택자에게는 양도세를 면제(9억원 이하 주택)해주지만, 양도세 면제를 받으려면 2년간 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더욱이 내년 1월부터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권을 전매할 경우 보유기간과 관계없이 양도세 50%를 적용한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은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으로 거주 요건이 추가된 만큼 거주할 목적이 아니라면 조정대상지역 내 집은 파는 게  맞다”면서도 “앞으로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서울 도심과 강남 등 보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지역이라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세무사 K씨는 "주택을 양도할 것인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후 계속 보유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다주택자가 많다"고 전하고 "중과세율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따라 이 같은 법률의 효력이 얼마나 유효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론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다주택자들 가운데는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고도 보는 기류가 있는 것이다.  양도세 중과제도 역시 참여정부 때인 2004년에 도입됐다가 주택시장 침체로 2009년부터 적용이 유예됐고 2014년에 폐지된 전례가 있다. 

김수철 택스케어 대표세무사는 "과거 사례에 비춰봐도 세금으로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실제로 자금력이 없어 대출 부담과 내년 양도세 중과 때문에 여분의 집을 '급매'로 내놓은 단기 투자자들은 피해를 보고 '갭투자'도 줄어들 것이나, 자금력이 되는 다주택자 부유층은 집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세무사는 "보유세 적용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1가주2주택자부터 보유세를 적용하면 시장 영향은 클 것이다"면서 "그러나 새로 생겨난 이익에 대한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 통상적인데 자산을 보유만 하고 있다고 세금을 내야 한다면 불합리하게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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