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말하면, 대한민국 부동산은 대폭락하지 않았다. 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 등 이른바 버블 세븐을 위시로한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한동안 상당히 하락한 일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지 않았다. 폭락은커녕 일부 지역의 경우 오히려 대폭 상승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니, 정말 폭락이 없었다고 ? 못 믿겠다고 ?

머리말에서 말했듯, 우리가 흔히 주고받는 부동산 이야기에는 사실 수많은 억측과 오해가 교차하기도 하고, 불합리한 가정이 전제되기도 하며, 무엇보다 주술적 예언이 전망이라는 탈을 쓰고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자칫 우리 스스로에게 대한민국의 경제 흐름을 잘못 읽게 하고, 때로는 잘못된 판단을 불러일으키며, 그로 인해 손해를 보게 하기도 한다.

사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판단만큼 개인, 또는 한 가정의 자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또 있겠는가? 그러나 경제는 도덕이나 종교가 아니다. 그러니 이제 좀더 냉정하게, 대한민국의 부동산이 정말 폭락하지 않았는지 찬찬히 살펴보자.

다음은 한국감정원에서 발표하는 아파트 매매 가격 동향을 연간 단위로 표시한 것이다. 전국, 수도권, 서울의 세 가지 기준으로 그래프를 그려봐도, 2007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주택가격 하락의 흐름을 확인하기란 쉽지가 않다. 오히려 연간 기준으로 전년 대비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해는 2013년이 유일하다.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2007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우리나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제공하는 글로벌 부동산 가격지수를 보아도, 대한민국의 부동산 가격은 매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락했다가 점차 회복되어가는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큰 등락 없이 꾸준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0%가까운 하락을 경험한 미국이나 유럽의 사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아직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세계는 여전히 경기부진과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으며, 상당수의 국가가 엄청나게 불어난 국가부채로 고통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대폭락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

앞으로의 일을 누가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는가? 미래에 닥칠 상황을 예언하는 것은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일단 질문의 방향을 이미 일어난 과거의 일에 대한 것으로 바꿔보자.

왜 대폭락은 오지 않았는가?”

나는 이 질문이 현재 시점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지난 수년 동안 이어져온 부동산 담론에 담겨 있는 수많은 오해와 억측을 드러내고, 대한민국 부동산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당시 다른 선진국이 겪어야 했던 대폭락을 피할 수 있었을까? 그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이제 그점을 살펴보자.

한국은 대폭등이 없었다.

산봉우리가 높아야 골짜기도 깊을 것이다. 역사상 대부분의 부동산 폭락 사태는 직전의 대폭등 이후에 벌어졌다. 가장 최근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의 폭락도 그렇고, 그보다 먼저 일어난 1990년 일본 부동산의 버블 붕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에 비해 한국은 2000년대 이후로 대폭등이라고 할 만한 상승이 없었다.


주택가격 상승률, OECD 평균의 절반

지난 참여정부 시절(2002~07) 허구헌날 부동산이 폭등하고 있다며 이어지던 그 수많은 기사들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대한민국 부동산은 꾸준히 가격이 오르기는 했지만, 경제학적으로 대폭등이라고 할 만한 상승을 한 것은 아니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언론이 입을 모아 그렇게 성토했던 부동산 가격은 사실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어떤 기준으로 들여다보더라도 명확하다.

다음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OECD 주요 국가의 실질 주택가격 상승률을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흘러 넘치면서 글로벌 부동산 경기가 대호황을 경험했던 시기이다.

그 무렴 OECD 국가의 평균 실질 주택가격 상승률은 무려 42%를 기록했으며, 특히 버블이 심각했던 스페인은 심지어 90%가 넘는 실질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 대한민국의 실질 주태가격 상승률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21%였다.

앞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한국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낮았던 국가는 일본이나 독일 정도가 전부였다. 일본과 독일의 부동산 가격이 안정적이었던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두 나라는 심각한 불경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알다시피 1990년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로(약간의 변동은 있었지만) 꾸준히 침체를 기록하고 있었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까지도 동서독 통일의 후유증으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었고, 당시는 유럽의 병자라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던 시기였다. 독일이 부흥하게 된 것은 2002년부터 시작된 노동 시장 개혁 프로그램인 하르츠 개혁의 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의 일이다. 이전가지 독일은 경제성장률이 3%미만, 실업률이 10%대에 육박하는 불경기를 오랫동안 거쳐오고 있었다.

한국 부동산, 왜 폭등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한국은 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지 않았을까? 한국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불경기였기 때문일까?

아니다. 당시 한국의 경제상황은 어떤 경제지표를 들이대더라도 훌륭했다고 평가받을 수준이었다. 카드사태가 있었던 2003년을 제외하고, 2002~05년 동안 매년 경제성장률은 4~5%를 기록했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었으며, 조선업은 세계1위를 굳히고 있었다.

한국의 1인당 GDP200211,257달러에서 2007년에는 23,103달러를 기록했다. 5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배나 넘게 올랐던 것이다. 이만한 오황이 어디 있었겠는가?

2000년대 초중반의 한국 경제는 이처럼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버블기와 매우 닮아 있었다. 이 시기 한국과 일본을 비교해보면 세 가지 면에서 유사점을 보인다.

첫째, 대규모 경상주시 흑자를 통해 국내로 돈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이 시기 일본과 한국은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연평균 2%대에 이르렀다.

둘째, 경제성장률이 4~5%대를 기록하면서 충분히 높았고 실업률도 완전고용에 가까웠다. 특히 일본은 버블 시기에 2%대의 기록적으로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던 참이었다. 한마디로 최고의 호황기였다.

셋째, 양국의 금리는 모두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1987~892.5%대의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했고, 이는 버블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경기 호황기에는 보통 물가도 크게 뛰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일 양국은 두 시기에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았다. 이렇게 물가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금리도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2000년대 초중반의 한국도 금리는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였다. 200254.25%를 기록했던 기준금리는 2004113.5%대까지 낮아졌다.

이 세 가지 조건은 모두 시장에 돈이 흘러 넘치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일단 무역을 통해서 외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오면 외화 소득이 늘어나게 되고,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실업률이 낮아지면 임금이 오르고 가계소득이 늘어나며 시중에 돈이 많아지게 된다. 여기에 금리까지 낮았으니 사람들이 돈을 쉽게 빌리게 되고, 시장에는 돈이 흘러 넘치게 된다.

이렇게 돈이 많아지면 사람들은 물건을 사게 마련이고, 큰돈이 많아지면 비싼 물건을 사게 될 것이다. 결국 시장의 돈과 투자심리가 자연스레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당시 한일 양국은 시장에 돈이 많아질 요건을 갖추었다. 하지만 일본은 망국적인 부동산 버블과 폭락을 겪었고, 우리는 OECD 주요국 중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관리한 나라가 되었다.

그렇다면 유럽과 미국의 부동산이 그렇게 폭등, 또는 폭락하던 바로 그시기에 한국은 어떻게 부동산 폭등과 폭락을 피할 수 있었을까? 이제 이 부분을 좀 더 들여다보자.

공급 확대 정책

당시 언론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공급 확대인데, 정부가 이를 도외시하고 수요 억제 정책에만 열을 올린다는 식의 비판을 많이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급 확대 정책도 함께 꾸준히 추진되었고, 이에 토건족 정부라는 식의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정부는 수도권 일대에 공공택지를 꾸준히 공급하며 국민임대주택을 지어서 보급했고, 저소득층이나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늘려나갔다.

역대 정부의 주택공급량을 비교해보면,김영삼 정부는 5년간 연평균 62만 호, 김대중 정부는 연평균 45만 호, 참여정부는 53만 호, 이명박 정부는 45만 호를 기록했다. 물론 이런 주택공급량이 적절했는지는 시장의 상황과 국민주택보급률 등 여러 변수를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절대량으로 보아 당시의 주택공급이 모자랐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거래 투명화 정책

참여정부는 부동산 폭등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거래 투명화 정책을 폈다. 당시에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었다. 부동산 거래가 차명거래 등으로 왜곡되지 않아야 시장이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고, 정부의 세금정책도 제대로 실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 투명화를 위한 조치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0058.31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것으로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등기부에 기재하게 한 것이다. 9.31. 대책은 종부세나 양도세 강화 등 세금문제에서 주목을 많이 받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 실거래가 의무화 조치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만큼 장기적으로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던 것이다.

당시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집대성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20058.31 대책의 내용을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부동산 가격 안정과 시장 기능 회복을 위해 정부가 얼마나 안간힘을 썼는지 느낄수 있을 것이다.

정부정책을 보는 눈

정부정책에 올라타라

제가 아마 과거 조선시대의 호조판서를 포함해서, 역대 재무 책임자중 돈을 가장 많이 써본 사람일 것입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했던 발언이다. 안 그래도 환율정책이나 대운하 사업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던 강만수 장관은 이 발언으로 그야말로 쏟아지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정치적으로는 부적절한 발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그렇게 부적절한 발언이었을까? 경제 운영을 책임지고 있던 장관의 개인적인 소회라면 그렇게까지 비난받을 만한 발언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나도 그때에는 거칠게 비난한 바 있었음을 고백해둔다. 하지만 당시의 위급한 경제 상황에서는 정말 원 없이 돈을 써서라도경기를 떠받쳐야 할 정부의 역할이 필요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때 상황을 다시 떠올려보자. 2008914일 세계 5대 투자은행중 하나였던 리먼 브라더스가 결국 파산했고, 이후 세계 금융 시장은 공황상태로 빠져들었다. 다우지스는 12,000선 수준에서 20091월에는 7,000선까지 급락해 거의 반 토막이 났고, 세계 경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는 한국에도 그대로 이어져 외국인자금이 대거 이탈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해외발 공황의 모습이 진행되던 때였다. 게다가 이런저런 정책 실패가 이어졌다. 키코(KIKO)사태로 인해 멀쩡한 중소기업들이 외환관리 실패로 무너져 내렸고, 정부의 경솔한 외환시장 개입 발언으로 달러화 매도 사태가 벌어졌으며,이를 막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헐어서 도시락 폭탄이라는 이름으로 외환시장에 강하게 개입했다. 이 와중에도 경제위기는 이어졌고, 어쨌건 정부는 상황을 수습해야만 하는 책임이 있었다.

경제성장률의 추이를 보면 그 무렵의 경제 상황을 단적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84분기부터는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로 떨어졌고, 20092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 정도의 경기침체는 경제성장률이 -5%수준으로 떨어지던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경제적 고통이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경제성장률이 이런 수준이니 다른 경제지표들도 엉망진창이었다. 특히 설비투자 감소분은 매우 심각해서 20084분기와 2009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각각 -8.4%-9.6%를 기록했다.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10%대의 감소율이라면, 2분기 만에 기업투자가 20%나 줄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은 크게 두 가지다. 통화정책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재정정책으로 적자 재정정책을 펴는 것이다. 이것도 상황의 심각성에 비추어본다면 매우 강력하게 추진되어야만 했다. 정부는 이런 위기를 충분히 넘길 만한 힘이 있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주어야 했고, 실제로 돈을 풀어 경기를 자극해야만 했다. 한국이 어떤 경제정책을 폈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정부정책의 시그널

첫째, 한국은행은 과감한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20089월에는 기준금리가 5.25%였는데, 20092월까지 2%로 급속도로 인하했다. 이러한 통화 확장정책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져서 20176월 현재 1.25%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물론 이런 통화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나라가 시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도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교과서적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강력히 시행한 점은 분명 평가받을 만하다.

둘째, 한국 정부는 강만수 장관의 발언처럼 원 없이 돈을 푸는 적자재정 정책을 펼쳤다. 당장 사고가 터졌던 20084분기 4.6조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했고, 2009년 적자 재정정책을 펴며 상반기에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했으며, 하반기에는 역대 최고의 추경예산(28.4조원)을 편성하여 적자 재정정책의 효과를 증대시켜나갔다.

물론 이러한 과감한 적자 재정정책은 대운하 사업 등에 대한 국민적비판과 맞물려 인기가 없었다. 또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던 시점에서 정부가 이렇게 건설토목사업에 재정을 집중하는 것은 또다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이라는 비판도 거셌다.

하지만 국가 경제 전체가 금융위기의 후폭풍에 휘말려서 꺼져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도 언제든 가격 급락의 위험성이 남아 있던 시점이었다. 다시 말해 인위적 경기부양이 가능하다면 그것을 했어야 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정부정책의 양면성

결국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2008년 금융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탈출한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중국이 엄청난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며 각종 중간재 소비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한국의 수출도 증가했다. 또한 기업은 자동차와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뛰어난 상품 경쟁력으로 불황기를 오히려 기회로 전환시킨 전략이 성공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이 극심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조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정부의 과감한 재정정책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에 연간 GDP4%이상의 재정을 추가로 집행했다. 이러한 적자 재정정책은 경제위기에 대한 교과서적인 처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당시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적자 재정정책을 썼으니 잘했다라는 식으로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고 말아서는 안 된다.

20세기 초반 케인스가 말한 것처럼, 적자 재정정책은 그냥 땅만 파는 것이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식으로 거칠게 접근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만일 재정을 1억원을 투자한다면 어느 정도의 경기부양 효과가 밠갱하는가 하는 승수 효과를 따져보아야 한다. 이왕이면 재정투자분보다 효과가 큰 것이 훨씬 더 좋은 정책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운하 사업을 비롯하여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온갖 국책사업들이 재정정책이라는 탈을 쓰고 시행되었다. 사실 이과정에서 엄청난 돈이 풀린 사업들은 흥청망청하는 분위기마저 있었다. 과거 세계적으로도 매우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한민국의 재정은 이제 적자구조로 정책되고 있으며, 국가부채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급격히 늘어났다.

당시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급박하게 진행된느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경기를 부양해야 했고, 이를 위해 정부는 과감하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써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반면 이 과정에서 국론의 분열로 인해 국가적 통합이 크게 저하되었고, 비용 대비 측면에서는 효과가 의문스럽다. 게다가 정부 지출이 효과가 별로 없는 분야에 투입되는 부작용도 함께 낳았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

정리해보자.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미국과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이 모두 부동산 폭락 사태를 맞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재정 여력을 완전히 소진해버렸고, 민간의 소비는 위축되었으며, 기업의 고용이 얼어붙으면서 실업률이 치솟았다. 물론 우리 경제에도 위태로운 상황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아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완만한 굴곡으로 위기를 넘겨왔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부동산 대폭락에 대한 경고를 계속해서 접하게 되었고, 그러한 경고는 지금도 여전히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질문하게 된다. 지금까지 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가장 쉽게 답하자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떠받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대답에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정도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지 않은 국가가 어디에 있느냐?”고 말이다.


부동산이 대폭락하지 않은 세 가지 이유

부동산 시장이 대폭락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일반의 믿음과는 달리 한국은 부동산 대폭등의 시기가 없었다. 실질 주택가격 상승률이 OECD평균 상승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를 대폭등이라고 부르기는 힘들다. 6년간 전국 평균 주택가격이 20%남짓 올랐다고 이를 폭등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둘째,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부동산이 대폭등했는데, 세계화된 시대에 우리만 이를 피할수 있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 반대론자들의 조롱을 참으면서 꾸준히 일해온 참여정부의 공일 것이다.

셋째, 위기 상황이 벌어진 시점에서 과감한 통화정책과 적자재정 정책을 폈다. 물론 그 조치들이 정치적으로 악용된 면이 있었고,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한 점도 있었다. 이는 분명 비판되어야 할 지점이겠으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였다는 것은 사후적으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1980년의 후반의 일본뿐만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세계 부동산 대호황기에 각국 정부는 제대로 된 부동산 가격 안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소비 증가 효과를 충분히 즐기고 싶어 했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20028월 캔자스시티의 FRB심포지엄의 개회사에서 시장의 우려에 대해자산가격 붐을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붐이 붕괴할 때 후유증을 완화하고 다음 확장기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자산가격 상승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

1990년대 후반의 일본과 2000년대 중반의 미국은 거의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고, 거의 비슷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어떤 정책적 잘못을 저질렀을까? 핵심은 소비자물가가 안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자산가격의 급등 상황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두 나라 정책 당국은 모두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 등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과 일본의 중앙은행은 금리란 소비자물가가 너무 높을 대 안정화시키기 위해 인상하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관념에 매우 충실했다. “물가가 매우 안정적인데 자산가격만을 잡기 위해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과감하게 내놓지 못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주류경제학 이론에 충실했지만, 현실은 경제학 이론보다 더욱 변화무쌍했고 무자비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의 변동은 투자자들의 손실이나 이익으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 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중요한 변수로 떠 오르기도 한다. 그것을 알지 못하고 필요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상황을 방치한다면, 우리 또한 1990년 일본과 2007~08년 미국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 부동산의 독특한 특성

 

부동산이라는 말은 원래 민법상의 개념이다. 법률적으로 거래의 대상이 되는 물건은 움직여서 옮길 수 있는 동산(動産)’과 움직일 수 없는 부동산(不動産)’으로 나눈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을 따로 관리한다. 어떤 나라에서는 건물이 있으면 토지와 함께 한 묶음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민법상으로 부동산이라는 물건을 정의하는 이유는 바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거래 방식을 법률적으로 규정해야 하므로, 민법에서 부동산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모든 국가가 관여하는 상품, 부동산

부동산은 매우 독특한 상품이다. 부동산만큼 국가가 강력하게 관여하는 상품도 거의 없다. 국가는 부동산이라는 상품에 대해 온갖 부분을 규제하고 간섭한다. 하다 못해 우리 헌법 제122조에서는 국가가 직접 부동산에 간섭할 수 있다고 조문 까지 만들어 두었다.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 개발과 보건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국가의 간섭만 유별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관심도 지극하다. 아파트 가격표가 신문에 실리기도 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응은 언제나 뜨겁다. 부동산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엄청나다. 가장 가까운 예로 지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들 수 있다. 부동산과 관련된 채권 시장이 무너지니 미국 경제가 무너져내렸고, 세계 경제가 아비규환이 되어 버렸다.

 

부동산의 일반적인 특징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다루건, 정부의 규제 정책이나 세금 문제를 다루건, 먼저 필요한 것은 부동산이 어떤 상품인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교과서에서는 토지 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꼽고 있다.

첫째, 토지 시장의 총량은 고정되어 있다. 이를테면 한국의 토지 면적은 10로 고정되어 있다. 간척사업 등의 예외가 있지만, 토지 총량은 딱 여기까지이다.

둘째, 모든 토지는 서로 다르다. 그래서 같은 종류의 물건에는 같은 가격이 붙는다는 일물일가의 원칙을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부동산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모든 토지는 입지가 각기 다르다. 바로 옆 땅과도 천지차이일 수 있다. 즉 세사에 같은 물건(부동산)이 없으니 같은 가격도 있을 수 없다.

셋째, 부동산은 필수재다. 부동산은 우리 삶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 중에서 주거생호라의 근간을 이룬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몸하나 뉘일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구비하지 못하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넷째, 부동산은 자산재의 성격을 가지낟. 부동산은 국가의 총 자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이를 소비하면서 자본이득(매매차익)을 얻으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 치약을 사면서 나중에 가격이 오르면 차익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파트를 살 때에는 가격이 올라서 차익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다섯째, 부동산느 금융 시장과의 관련성이 매우 높다. 어느 나라가 집값은 비싸기 마련이고, 자기 돈만으로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따라서 부동산을 매매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게 되고, 금융산업은 부동산이라는 담보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부동산의 특징들만 이해해도 큰 도음이 되지만, 대한민국 부동산의 고유한 특징을 좀 더 구체적을 살펴보자.

 

부동산 공급량의 양면

토지의 총량이 고정되어 있다.’는 부동산의 특성은 실재 거래에서는 의미가 그리 크지 낳다. 한국의 전체 토지(10)에 약 5천만 명이 살고 있지만, 국토 면적의 0.6%(600)에 불과한 서울시에만 1천만 명이 몰려 살고 있다. 전 국토가 서울처럼 과밀하게 개발된다면 16.6억 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남한에만도 중국 인구가 모두 살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한편 수도권을 제외하고 여기저기를 둘러보면 별다른 개발 없이 그냥 놀고 있는 토지가 여전히 많다. 이런 토지는 사실상 부동산 거래에서 거의 제외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다가 개발조건이 갖추어지면 시장에 나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국토 면적이 고정되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부동산의 총공급량이 고정되어 있다고 볼수는 없다.

 

주택 시장의 동질화 현상

앞에서 말했듯, 부동산의 입지는 각각 다르다. 하지만 이 특징도 한국에서는 강하게 관철되지는 않는다.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점포의 입지는 매우 중요하다. 1층인지, 대로변인지, 코너 자리인지 등에 따라 매출이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주택 시장은 또 다른 면이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에는 이런 입지의 개별성이 많이 희석된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매우 동질적인 상품으로서 거래된다. 같은 단지의 같은 평형대 아파트는 비슷한 가격대로 팔리며, 로열층이나 비인기층 정도로만 가격이 차별화 된다. 그러니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으면 공인중개사가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다른 집을 보여주기도 한다. 대부분 그 단지 전체를 하나로 보고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이를 아파트의 동질화 현상이라고도 한다. 이 동질화 현상 때문에 이어서 설명할 부동산의 자산화가 더욱 가속화되기도 한다.

 

필수재로서의 부동산(한국 부동산의 장기 추이)

 

앞에서 말했듯, 부동산은 필수재인 동시에 자산재이다. 이러한 특징은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주식 시장이 마구 오른다고 할 때, 내가 가진 주식이 없으면 시세차익을 누리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존이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채권이나 금 같은 자산상품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투자상품임과 동시에 생존에 필수적인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큰 폭으로 등락하면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게대가 부동산 시장은 금융 시장과 관련이 매우 크다 보니 국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강력하게 개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이라는 상품의 가격은 어떤 원리로 형성되는 것일까?

뉴스나 인터넷 게시판에는 허구허날 이른바 대폭등, 대폭락과 관련된 글들이 올라온다. 부동산은 워낙 비싸다 보니 가격이 약간만 등락해도, 즉 가격 변동률이 크지 않더라고 훨씬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느껴지낟. 10억원 아파트의 가격이 15% 상승했다면 15천만이나 오른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은 이처럼 항상 대폭등이나 대폭락을 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꽤 안정적인 못브을 보인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 논밭이던 강남의 땅값이 몇 만 배나 올랐고, 근래에도 일부 재건축 아파트들이 널뛰듯 가격이 출렁거렸다면서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먼제 네덜란드 이야기부터 해보자.

 

헤렌흐라흐트의 초창기 가격 추이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는 헤렌흐라흐트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관광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부동산 학계에서도 매우 유명한 마을이다. 이 마을은 1625년 미터 프란츠 사람이 처음 조성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이 계속 기록되어왔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의 피에트 아이호츠 교수는 이 마을의 부동산 가격 변동을 모두 조사하여 헤렌흐라흐트 지수라는 것을 만들었다. 기록이 시작된 1628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380년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부동산 가격의 변동을 그려보면 다음의 그래프와 같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네덜란드는 세계 여러 곳에 식민지를 경영하기도 했고, 17~18세기에는 세 차례에 걸친 영국-네덜란드 전쟁으로 쇠퇴기를 겪기도 했다. 20세기에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었고, 전후의 부흥기도 거쳤다. 그런데 이 마을 부동산의 실질가격은 장기 이동 평균선인 200에서 왔다 갔다 할 뿐이다. 380여 년 동안 명목가격은 20배가 넘게 올랐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가격은 2배 이상 오른 적이 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오른쪽 끝부분에서 급격히 올랐던 때가 눈에 띄는 정도이다. 그래보았자 장기 평균의 1.5배 수준이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보아 부동산 가격은 물가상승률에 거의 수렴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평균 물가상승률보다 크게 오르내리는 경우는 오히려 매우 드물다. 장기간의 부동산 실질가격을 추적해보면 이런 경향성을 매우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무려 380년의 시간을 통해 보면 부동산 가격의 변동은 참 정직하다 싶은 느낌을 줄 정도이다.

 

한국 부동산 가격의 장기 추이

그건 네덜란드의 상황이지, 한국은 좀 다르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엄청나게 올랐으니 그와 같은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러면 한국의 상황을 들여다보자.

한국은 네덜란드와 같은 초장기 지수가 없으므로, 주택가격이 집계된 1986년부터의 기록을 정리해보았다. KB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1986년을 100으로 놓고 볼 때 2014년은 약 270이다. 전국 주택가격은 30년 동안 평균 2.7배가 올랐다는 것이다. 물론 수십 배가 오른 곳도 있고, 하나도 오르지 않은 곳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보는 자료는 전국 주택가격의 평균이다. 그런데 이것은 명목가격이다. 그렇다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어떨까?


 

다음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전국의 실질주택가격지수를 보자. 1986년의 실질가격을 100으로 보면, 전국 실질주택가격지수는 75 수준에 불과하다. 즉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한국의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30년 동안 오히려 25% 하락했다. 좀 의외라고 느껴지는가? 하지만 통계표를 실제로 뒤져보면 위와 같은 그래프가 나온다.


왜 실질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는가?

결론적으로 최소한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물가상승률에 비해 더 낮게 움직여왔다. 물론 강남이니 버블 세븐이니 하는 일부 인기지역은 크게 오른 것이 사실이다. 주택가격은 토지의 활용도에 따라 선별적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전국 평균 실질주택가격은 지난 30년간 오히려 떨어졌다.

앞서 말했듯, 부동산은 필수재에다. 누구나 필요로 하는 재화이므로 가격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부동산의 공급자와 수요자는 전 국민이기 때문에 독과점이 힘들다. 특정 시기에는 가격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오르거나 내리기도 하지만, 길게 보면 거의 물가상승률을 따라서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것은 380여 년의 장기추세를 따라가본 네덜란드, 30년의 중기 추세를 살펴본 한국이나 마찬가지이다. 부동산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므로 장기적을 보면 다른 상품에 비해 가격이 유별나게 상승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좀 허무한 기분이 든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은 평균적으로 보아물가상승률과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고, ‘장기적으로 보아이동평균에 수렴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

이번에는 앞에서 살펴본 필수재이자 자산재로서의 부동산 가격 흐름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살펴보자.


수요 측면

부동산은 자산재이자 필수재이다. 주식이나 채권은 가격이 올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곧바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수중에 돈이 없어서 주식을 살 수 없거나,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쳐다보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좀 억울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직접적으로 내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동산은 전혀 다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내가 사려는 집값이 올라서 살 수가 없게 되고, 전월세 가격이 오르며, 자칫하면 집에서 쫓겨날 위험도 생긴다.


공급 측면

주식이 오르면 즉각 팔려는 사람이 생긴다. 기존의 주주가 팔려고 내놓을 수도 있고, 회사가 주식을 추가 발행할 수도 있다. 주식은 이처럼 가격의 변화에 따라 공급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부동산 공급에는 시간이 꽤 걸린다. 집값이 오른다는 소문이 돌면, 동넨 공인중개소에 나와 있던 매물이 갑자기 싹 사라지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집주인들은 상승 기대감에 최대한 비싸게 팔기 위해 집을 내놓지 않고 이에 따라 시장에 공급이 미루어진다.

이런 경우 새로 집을 지어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의 신규 공급은 시간이 필요하다. 건설사들은 이른바 들어올 때 노를 저으려고신규 건설에 나서지만, 아무리 빨라도 건축에만 최소 2년 걸리고, 재개발 같은 프로젝트는 이런저런 행정적 문제의 처리까지 고려하면 10여 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신규 공급까지의 시차가 발생하고, 시장에서 적정가격을 찾는 것이 계속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수요/공급의 원리가 왜곡되어 작용하므로, 부동산 가격은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가격 상승이 오름세를 더욱 부채질하는 되먹임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정리하면, 부동산 시장은 수요 면에서 필수재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실수요는 반드시 받쳐주는 편이다. 그런데 공급 면에서는 신규 공급 주기가 길기 때문에 가수요가 생기면 이를 충족시키기가 매우 힘들고, 이런 경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정부의 개입이 강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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