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의 독특한 특성

 

부동산이라는 말은 원래 민법상의 개념이다. 법률적으로 거래의 대상이 되는 물건은 움직여서 옮길 수 있는 동산(動産)’과 움직일 수 없는 부동산(不動産)’으로 나눈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을 따로 관리한다. 어떤 나라에서는 건물이 있으면 토지와 함께 한 묶음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민법상으로 부동산이라는 물건을 정의하는 이유는 바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거래 방식을 법률적으로 규정해야 하므로, 민법에서 부동산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모든 국가가 관여하는 상품, 부동산

부동산은 매우 독특한 상품이다. 부동산만큼 국가가 강력하게 관여하는 상품도 거의 없다. 국가는 부동산이라는 상품에 대해 온갖 부분을 규제하고 간섭한다. 하다 못해 우리 헌법 제122조에서는 국가가 직접 부동산에 간섭할 수 있다고 조문 까지 만들어 두었다.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 개발과 보건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국가의 간섭만 유별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관심도 지극하다. 아파트 가격표가 신문에 실리기도 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응은 언제나 뜨겁다. 부동산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엄청나다. 가장 가까운 예로 지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들 수 있다. 부동산과 관련된 채권 시장이 무너지니 미국 경제가 무너져내렸고, 세계 경제가 아비규환이 되어 버렸다.

 

부동산의 일반적인 특징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다루건, 정부의 규제 정책이나 세금 문제를 다루건, 먼저 필요한 것은 부동산이 어떤 상품인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교과서에서는 토지 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꼽고 있다.

첫째, 토지 시장의 총량은 고정되어 있다. 이를테면 한국의 토지 면적은 10로 고정되어 있다. 간척사업 등의 예외가 있지만, 토지 총량은 딱 여기까지이다.

둘째, 모든 토지는 서로 다르다. 그래서 같은 종류의 물건에는 같은 가격이 붙는다는 일물일가의 원칙을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부동산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모든 토지는 입지가 각기 다르다. 바로 옆 땅과도 천지차이일 수 있다. 즉 세사에 같은 물건(부동산)이 없으니 같은 가격도 있을 수 없다.

셋째, 부동산은 필수재다. 부동산은 우리 삶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 중에서 주거생호라의 근간을 이룬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몸하나 뉘일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구비하지 못하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넷째, 부동산은 자산재의 성격을 가지낟. 부동산은 국가의 총 자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이를 소비하면서 자본이득(매매차익)을 얻으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 치약을 사면서 나중에 가격이 오르면 차익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파트를 살 때에는 가격이 올라서 차익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다섯째, 부동산느 금융 시장과의 관련성이 매우 높다. 어느 나라가 집값은 비싸기 마련이고, 자기 돈만으로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따라서 부동산을 매매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게 되고, 금융산업은 부동산이라는 담보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부동산의 특징들만 이해해도 큰 도음이 되지만, 대한민국 부동산의 고유한 특징을 좀 더 구체적을 살펴보자.

 

부동산 공급량의 양면

토지의 총량이 고정되어 있다.’는 부동산의 특성은 실재 거래에서는 의미가 그리 크지 낳다. 한국의 전체 토지(10)에 약 5천만 명이 살고 있지만, 국토 면적의 0.6%(600)에 불과한 서울시에만 1천만 명이 몰려 살고 있다. 전 국토가 서울처럼 과밀하게 개발된다면 16.6억 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남한에만도 중국 인구가 모두 살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한편 수도권을 제외하고 여기저기를 둘러보면 별다른 개발 없이 그냥 놀고 있는 토지가 여전히 많다. 이런 토지는 사실상 부동산 거래에서 거의 제외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다가 개발조건이 갖추어지면 시장에 나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국토 면적이 고정되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부동산의 총공급량이 고정되어 있다고 볼수는 없다.

 

주택 시장의 동질화 현상

앞에서 말했듯, 부동산의 입지는 각각 다르다. 하지만 이 특징도 한국에서는 강하게 관철되지는 않는다.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점포의 입지는 매우 중요하다. 1층인지, 대로변인지, 코너 자리인지 등에 따라 매출이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주택 시장은 또 다른 면이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에는 이런 입지의 개별성이 많이 희석된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매우 동질적인 상품으로서 거래된다. 같은 단지의 같은 평형대 아파트는 비슷한 가격대로 팔리며, 로열층이나 비인기층 정도로만 가격이 차별화 된다. 그러니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으면 공인중개사가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다른 집을 보여주기도 한다. 대부분 그 단지 전체를 하나로 보고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이를 아파트의 동질화 현상이라고도 한다. 이 동질화 현상 때문에 이어서 설명할 부동산의 자산화가 더욱 가속화되기도 한다.

 

필수재로서의 부동산(한국 부동산의 장기 추이)

 

앞에서 말했듯, 부동산은 필수재인 동시에 자산재이다. 이러한 특징은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주식 시장이 마구 오른다고 할 때, 내가 가진 주식이 없으면 시세차익을 누리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존이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채권이나 금 같은 자산상품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투자상품임과 동시에 생존에 필수적인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큰 폭으로 등락하면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게대가 부동산 시장은 금융 시장과 관련이 매우 크다 보니 국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강력하게 개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이라는 상품의 가격은 어떤 원리로 형성되는 것일까?

뉴스나 인터넷 게시판에는 허구허날 이른바 대폭등, 대폭락과 관련된 글들이 올라온다. 부동산은 워낙 비싸다 보니 가격이 약간만 등락해도, 즉 가격 변동률이 크지 않더라고 훨씬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느껴지낟. 10억원 아파트의 가격이 15% 상승했다면 15천만이나 오른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은 이처럼 항상 대폭등이나 대폭락을 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꽤 안정적인 못브을 보인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 논밭이던 강남의 땅값이 몇 만 배나 올랐고, 근래에도 일부 재건축 아파트들이 널뛰듯 가격이 출렁거렸다면서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먼제 네덜란드 이야기부터 해보자.

 

헤렌흐라흐트의 초창기 가격 추이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는 헤렌흐라흐트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관광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부동산 학계에서도 매우 유명한 마을이다. 이 마을은 1625년 미터 프란츠 사람이 처음 조성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이 계속 기록되어왔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의 피에트 아이호츠 교수는 이 마을의 부동산 가격 변동을 모두 조사하여 헤렌흐라흐트 지수라는 것을 만들었다. 기록이 시작된 1628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380년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부동산 가격의 변동을 그려보면 다음의 그래프와 같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네덜란드는 세계 여러 곳에 식민지를 경영하기도 했고, 17~18세기에는 세 차례에 걸친 영국-네덜란드 전쟁으로 쇠퇴기를 겪기도 했다. 20세기에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었고, 전후의 부흥기도 거쳤다. 그런데 이 마을 부동산의 실질가격은 장기 이동 평균선인 200에서 왔다 갔다 할 뿐이다. 380여 년 동안 명목가격은 20배가 넘게 올랐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가격은 2배 이상 오른 적이 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오른쪽 끝부분에서 급격히 올랐던 때가 눈에 띄는 정도이다. 그래보았자 장기 평균의 1.5배 수준이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보아 부동산 가격은 물가상승률에 거의 수렴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평균 물가상승률보다 크게 오르내리는 경우는 오히려 매우 드물다. 장기간의 부동산 실질가격을 추적해보면 이런 경향성을 매우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무려 380년의 시간을 통해 보면 부동산 가격의 변동은 참 정직하다 싶은 느낌을 줄 정도이다.

 

한국 부동산 가격의 장기 추이

그건 네덜란드의 상황이지, 한국은 좀 다르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엄청나게 올랐으니 그와 같은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러면 한국의 상황을 들여다보자.

한국은 네덜란드와 같은 초장기 지수가 없으므로, 주택가격이 집계된 1986년부터의 기록을 정리해보았다. KB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1986년을 100으로 놓고 볼 때 2014년은 약 270이다. 전국 주택가격은 30년 동안 평균 2.7배가 올랐다는 것이다. 물론 수십 배가 오른 곳도 있고, 하나도 오르지 않은 곳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보는 자료는 전국 주택가격의 평균이다. 그런데 이것은 명목가격이다. 그렇다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어떨까?


 

다음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전국의 실질주택가격지수를 보자. 1986년의 실질가격을 100으로 보면, 전국 실질주택가격지수는 75 수준에 불과하다. 즉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한국의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30년 동안 오히려 25% 하락했다. 좀 의외라고 느껴지는가? 하지만 통계표를 실제로 뒤져보면 위와 같은 그래프가 나온다.


왜 실질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는가?

결론적으로 최소한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물가상승률에 비해 더 낮게 움직여왔다. 물론 강남이니 버블 세븐이니 하는 일부 인기지역은 크게 오른 것이 사실이다. 주택가격은 토지의 활용도에 따라 선별적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전국 평균 실질주택가격은 지난 30년간 오히려 떨어졌다.

앞서 말했듯, 부동산은 필수재에다. 누구나 필요로 하는 재화이므로 가격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부동산의 공급자와 수요자는 전 국민이기 때문에 독과점이 힘들다. 특정 시기에는 가격이 물가상승률보다 더 오르거나 내리기도 하지만, 길게 보면 거의 물가상승률을 따라서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것은 380여 년의 장기추세를 따라가본 네덜란드, 30년의 중기 추세를 살펴본 한국이나 마찬가지이다. 부동산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므로 장기적을 보면 다른 상품에 비해 가격이 유별나게 상승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좀 허무한 기분이 든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은 평균적으로 보아물가상승률과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고, ‘장기적으로 보아이동평균에 수렴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

이번에는 앞에서 살펴본 필수재이자 자산재로서의 부동산 가격 흐름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살펴보자.


수요 측면

부동산은 자산재이자 필수재이다. 주식이나 채권은 가격이 올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곧바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수중에 돈이 없어서 주식을 살 수 없거나,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쳐다보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좀 억울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직접적으로 내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동산은 전혀 다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내가 사려는 집값이 올라서 살 수가 없게 되고, 전월세 가격이 오르며, 자칫하면 집에서 쫓겨날 위험도 생긴다.


공급 측면

주식이 오르면 즉각 팔려는 사람이 생긴다. 기존의 주주가 팔려고 내놓을 수도 있고, 회사가 주식을 추가 발행할 수도 있다. 주식은 이처럼 가격의 변화에 따라 공급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부동산 공급에는 시간이 꽤 걸린다. 집값이 오른다는 소문이 돌면, 동넨 공인중개소에 나와 있던 매물이 갑자기 싹 사라지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집주인들은 상승 기대감에 최대한 비싸게 팔기 위해 집을 내놓지 않고 이에 따라 시장에 공급이 미루어진다.

이런 경우 새로 집을 지어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의 신규 공급은 시간이 필요하다. 건설사들은 이른바 들어올 때 노를 저으려고신규 건설에 나서지만, 아무리 빨라도 건축에만 최소 2년 걸리고, 재개발 같은 프로젝트는 이런저런 행정적 문제의 처리까지 고려하면 10여 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신규 공급까지의 시차가 발생하고, 시장에서 적정가격을 찾는 것이 계속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수요/공급의 원리가 왜곡되어 작용하므로, 부동산 가격은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가격 상승이 오름세를 더욱 부채질하는 되먹임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정리하면, 부동산 시장은 수요 면에서 필수재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실수요는 반드시 받쳐주는 편이다. 그런데 공급 면에서는 신규 공급 주기가 길기 때문에 가수요가 생기면 이를 충족시키기가 매우 힘들고, 이런 경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정부의 개입이 강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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