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대륙 유럽, 왜 부동산 정점이 늦었는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나라가 있을까? 실제로 매우 많다. 바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다.

유럽은 고령화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대륙이다. 1980년대에 생산가능인구는 정점을 찍었다. 그래서 늙은 대륙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유럽의 부동산 경기 정점은 2007년 무렵이었다. 인구 정점과 부동산 경기의 정점이 거의 2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인구 요인만 본다면, 유럽이 미국이나 일본과 다를 것이 별로 없는데,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그 답은 사실 간단하다. 인구 요인이 부동산 가격의 변동을 설명하는 유일한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여러 변동 요인이 있다. 물론 인구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초장기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20~30년 동안의 장기간으로 본다면 분명 인구가 크게 영향력을 미치겠지만,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는 더욱 강력한 요인들이 다수 존재한다.

부동산과 인구구조 문제를 하나의 경제학적 모델로 만들어 설명할 수는 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전제하고, 부동산 가격을 오로지 인구 변수와 연동시켜 어떻게 변화할지 모델을 만들 수 있으며, 이는 분명 유용한 작업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구구조를 이용해 부동산 가격 변동을 예측하는 유명한 경제학 모델도 있다. 바로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의 그레고리 맨큐 교수와 데이비드 웨일 교수가 만든 맨큐-웨일 모델이다. 물론 이 모델도 현실의 부동산 가격변동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경제학 모델이 현실과 다른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현실에서는 모델이 무시했던 다른 모든 조건들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보다 가구수가 중요하다

한국은 어떨까? 통계청에서 발표한 연령대별 인구구조를 살펴보면 저출산 고령화의 심각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주택을 새로 구입할 연령대인 20대와 30대는 모두 합쳐서 1,473만 명인데, 반면 은퇴를 앞둔 연령대인 40대와 50대는 무려 1,718만 명이나 된다. 신생아가 가장 많았던 1971년에는 한 해에 102만 명이 태어났지만, 2015년에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38천 명이 태어났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인구 감소는 분명히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강한 하락 압력을 주는 요소이긴 하다. 하지만 인구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인구 변화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논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니 당연히 주택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을 생각해보자. 2016년 이후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가구수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주택은 가구 단위로 수요가 형성되며, 주택 수요에는 인구보다 가구수가 미치는 영향이 거의 2배 이상 크다. 그래서 생산가능인구는 줄지만 가구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논리를 펴는 이들도 있다.


장노년층의 주택 구입이 증가한 이유

그렇다면 노령층이 증가하고, 이들이 보유 주택을 점차 팔아 치울 것이라는 주장은 어떨까? 이러한 가정도 현실에서는 꼭 들어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히려 부실한 연금 시스템에 불안을 느낀 노년층이 주택을 더욱 구입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보유 주택까지 팔아야 하는 계층은 가장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이다. 자산이 있는 장노년층은 오히려 부동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키우려는 욕구를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아파트 구입자는 201149,905명에서 201578,915명으로 무려 58% 늘었고, 60세 이상의 구입자도 같은 기간에 57% 증가했다. 전 연령대를 보아도 주택 구입이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은 오히려 장노년층이었다. 이는 기존의 통념과는 전혀 다르지만, 현실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가구수와 1인 가구의 증가

앞으로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계속 줄어들겠지만, 가구수는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늘어날 것이다. 전국의 가구수는 1980797만 가구에서 2015년에는 1,874만 가구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가구수가 늘어나면 독립적인 생활단위가 그만큼 증가하게 되고 독립된 주택도 그만큼 많이 필요하게 된다.

인구 증가율보다 가구수 증가율이 훨씬 크다는 것은, 결국 한 가구에 속한 사람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가족 시대에는 한 가구에 삼대가 함께 살며 10명도 넘는 식구들이 복작댔지만, 요즘은 2~4명인 가구가 대부분이다.

독신가구도 매우 흔하다. 이런 현상은 개인화되는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려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그래서 핵심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더라도 가구수는 늘어왔기 때문에 오히려 주택 수요는 더욱 증가했다. 실제로 많은 선진국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왔고, 앞으로도 가구의 소규모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가구수 증가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이다. 1980년까지만 해도 1인 가구의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무려 27%까지 늘어났다. OECD국가의 평균 1인 가구 비중은 약 28%이므로, 한국은 평균치 수준까지 증가해온 것이다.

1인 가구의 이런 폭발적인 증가는 정부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다. 2007년 통계청은 2015년이 되면 1인 가구의 비중이 21.1%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2015년 실제 1인 가구의 비중은 무려 26.5%에 달했다.

1인 가구의 비중이 2인 가구의 비중인 26%보다도 오히려 높다. 1인 가구는 이제 한국에서 가장 흔한 가구 유형이 되었다. 이렇게 급속히 늘어난 1인 가구가 가구수 증가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1인 가구 증가의 감춰진 이면

그렇다면 가구수가 증가하고 있으니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를까? 하지만 이런 주장도 마찬가지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소득 변수이다.

언론에서는 골드미스화려한 싱글이니 하며 독신남녀의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묘사하지만 실제 한국의 1인 가구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먼저 연령대를 살펴보면, 전체 1인 가구의 34%60대 이상이다. 즉 독거노인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1인 가구의 소득수준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중위가구 소득의 50%미만인 저소득층 1인 가구가 무려 45%이다. 이른바 화려한 싱글이라 할 고소득층 1인 가구는 1인 가구 전체의 13%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이 한국 1인 가구의 현실이고, 가구수 증가의 감추어진 이면이다. , 가구수 증가는 소득수준의 상승으로 인한 개인주의적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극도로 빈곤한 독거노인의 증가가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빈곤한 독거노인 가구의 증가가 한국 부동산의 수요 증가를 이끌 수는 없다. 이들의 주거형태는 대부분 저렴한 월세, 고시원, 여관방 등으로 매우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가구수 증가로 인해 부동산의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한국의 인구가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론에 대해, 생산가능인구는 줄지만 가구수가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오히려 주택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측이 있다. 실제로 한국의 가구수는 1980800만 가구에서 2010년에는 1,733만 가구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늘어날 것이다. 주택 수요 측면에서만 보면 인구보다 가구수가 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므로 가구수 증가는 분명 주택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가구수가 급증한 것은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의 영향이 크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26%1인 가구이고, 그 절반은 월수입 100만원 미만의 극빈곤층이다. 그래서 현실을 좀 더 파고 들어가보면, 가구수 증가가 부동산 수요의 긍정적 요인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소득과 부동산 가격의 불편한 진실

국민소득 관점에서 봐야 하는 이유

부동산의 수요는 가계와 기업의 소득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계는 소득이 증가하면 좀 더 넓고 쾌적한 환경을 원하게 되고, 기업도 생활활동 공간이 더 필요해진다.

부동산 폭락을 점치는 사람들은 한국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빠듯하기 때문에 수요 증가를 이끌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부동산의 수요처는 가계만이 아니며, 기업도 부동산의 주요 수요처이다. 그러므로 전체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그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비슷하게 따라갈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소득 증가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급격하게 상승한다면 버블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국민소득과 부동산 가격 흐름

그렇다면 과거 한국의 국민소득과 부동산 가격은 어떤 흐름을 보여왔을까?

놀랍게도 2000년대 이후 한국 부동산 가격의 상승률은 소득 증가분보다 낮았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을 때에도 상승률이 국민소득 증가분보다는 더 낮은 상태를 유지했다. 이는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핸진다.

1980년대 후반의 일본이나 2000년대 중반의 미국은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국민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높았다. 이후 이들 국가의 부동산가격은 급격하게 침몰했다. 단순하게 부동산 가격과 국민소득만을 비교해보면, 한국의 부동산은 앞으로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015년 보고서에서 가계의 소득과 자산을 기반으로 산출한 주택구입능력지수로 소득과 주택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주택구입능력지수는 구입가능 가격/평균 주택가격으로, 소득 및 순금융자산이 평균이 가구가 평균 가격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을 살펴보는 지수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및 순금융자산이 평균인 가구가 월소득의 25%를 원리금 상환에 충당할 경우, 2015년에 구입할 수 있는 주택가격은 약 29천만원이었다. 그런데 당시 매매되는 평균 주택가격은 약27천만원이었으므로, 주택구입능력지수는 전국 기준으로는 105.2%로 산출되었다.

다시 말해 2015년 당시 평균적인 소득과 자산을 가진 가구의 경우 평균 가격의 주택을 구매하고도 돈이 약간 남는다는 말이다.

주택구입능력지수는 2000년대 중반까지 70%대를 유지하다가 이후로 급격하게 개선되어 2015년 무렵에는 100을 넘어섰다. 다시 말해 가계의 주택구입 여력이 커진 것이다. 이는 가계의소득이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주택가격이 조금씩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 국민소득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현재 한국 부동산의 가격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부 공급정책과 부동산 가격의 상관관계

신규 주택 공급량

모든 상품의 가격은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만나는 접점에서 형성된다. 수요 요인이 중요하다면 공급 요인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부동산의 공급은 훨씬 단순한 요소로 이루어진다. 그저 한해에 주택 공급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양을 따지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요 요인을 고정시켜서 가정하고, 공급만 살피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은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오는 경우와 신규 주택이 지어져서 분양 시장으로 나오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온 경우 새로운 집을 구하는 수요와 거의 일대일로 매치될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일단 고려 대상에서 잠시 제외하자. 그러면 남는 것은 신규로 나오는 주택 공급량이다.

노태우 정권의 주택 200만 호 건설 정책의 위력

부동산 공급의 위력은 노태우 정권의 주택 200만 호 건설 정책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건국 이래로 이만큼 강력한 부동산 정책은 없었으며, 덕분에 부동산 가격은 이후 10년 가까이 안정될 수 있었다.

1980년대 후반, 한국 경제는 3저 호황으로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주택 공급은 이를 따르지 못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부터 1980년대 말까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착실히 추진하며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빈곤 탈출을 위한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과 인프라 투자에 주력했고,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는 아예 없었다고 할 만큼 미흡한 상태였다. 1960년대에는 GDP 대비 주거 부문의 투자가 1%대에 머물렀고, 1960~80년대까지 기간을 늘려 잡아도 평균 3%대에 불과했다.

1990년대의 연구결과를 보면, 1980년에서 1987년까지 연평균 주택수요량은 37만 호였는데 공급량은 23만 호에 불과했다. 그러니 매년 주택이 15만 호씩 부족한 상태가 누적되어온 것이다.

그 결과 1980년대 말부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여 전국의 평균 지가상승률이 30%대를 넘나들었다. 서울을 비롯해 부동산 붐이 일었던 지역은 가격이 1년에 2~3배씩 상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전세가격 또한 갱신할 때마다 2배씩 인상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신문 지상에는 전세값이 없어서 길거리에 나앉게 된 일가족의 자살 사건이 연일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에 노태우 정부는 토지공개념 3법을 투진했다. 택지 소유에 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토지로 얻은 불로소득을 환수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신도시 건설을 통한 주택 200만 호 건설이라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산, 분당 등의 1기 신도시 건설도 이때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주택 200만 호 건설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가? 이 계획이 처음 발표된 1988년 한국의 전체 주택량은 667만 호였다. 그러니까 당시 한국의 총 주택량의 3분의 1에 가까운 물량을 단 5년 만에 지어 공급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1986년 새로 공급된 주택은 28.8만 호였고, 1987년에는 24.4만 호였다. 그런데 계획이 시작된 1988년에는 41.2만 호가 지어졌고, 최고조에 이른 1990년에는 무려 75만 호가 공급되었다. 원래 계획은 1988년부터 1992년까지 200만 호를 건설하는 것이었는데, 1991년에 이미 223.7만 호가 공급되었다.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라면 초기의 비판이 무색해지는 결과였다.

이처럼 건설 붐이 엄청나게 일어나고 나니, 계획은 조기 달성되었지만 주택 건설이 금방 줄어들지는 않았다. 어차피 건설회사들은 엄청나게 생겨났고, 관련 인력과 장비들도 전부 투입되어 있는 상황이니, 계획 종료 이후로도 주택 건설은 관성의 힘을 타고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1993년부터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까지 5년간 주택이 연평균 62.5만 호씩 쏟아져 나왔다. 1980년대에는 연 20만 호가 좀 넘는 수준이었으니, 10년 전에 비해 연 공급량이 거의 3배가 넘었던 것이다. 덕분에 1987년의 전국 주택보급률은 69%였지만, 10년 후인 1997년에는 무려 92%까지 치솟았다. 전 세계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주택이 급격하게 보급된 예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1990년대 부동산 시장 안정의 이유

주택이 이처럼 단기간에 대규모로 공급되자, 주택가격은 1992년부터 즉각 잡히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어진 부동산 대안정기는 1998년 외환위기 때까지 지속되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가격을 살펴보면, 주택가격은 1992년부터 1997년까지 거의 20%가 하락했다. 아무리 부동산 불패신화가 통한다고 하지만 적어도 1990년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터지고 난후 부동산 시장은 거의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대형 건설사들이 숱하게 부도를 내며 쓰러졌고, 건설업계는 주택건설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1990년대 내내 매년 60만 호 이상씩 공급되던 추세가 확 꺾여서 1998년에는 30만 호로 절반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공급이 줄어들자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1999년부터 부동산 가격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주택200만 호 공급 정책이 가르쳐 주는 것은 분명하다. 공급이 충분하면 가격도 충분히 내려갈 수 있다. 이는 수요/공급의 원리 그대로이다. 이후로도 부동산 공급량과 가격은 매우 깊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아파트 착공 물량과 가격 흐름

SK증권 김효진 연구위원이 발표산 무거운 부동산의 단기전망:공급이 답이다라는 보고서는 부동산 공급과 가격과의 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아파트 착공과 가격은 2년의 시차를 두고 매우 긴밀하게 연계되어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을 움직이는 동인으로 주목되는 인구, 유동성, 금리, 공급 등 여러 단기 요인 중에서, ‘공급이 가장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연간 주택 공급량을 종합적으로 보아야 한다

한두 해 공급이 크게 늘거나 줄더라도 정작 시장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며, 몇 년치 평균을 따져보면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하게 2016년 아파트 공급량이 훨씬 웃돌았다고해서 앞으로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2011~14년에는 공급이 매우 부족했으므로 이 부족분을 메우는 과정이었다면, 실제로는 가격변동이 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의 그래프는 2000년대 이후 연도별 아파트 입주 물량을 보여준다. 2000년대에는 아파트가 매년 평균 32만 호씩 공급되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건설사들은 아파트 분양 여력을 거의 잃어버렸고, 이에 따라 2011년부터는 입주 물량이 연평균 20만 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3~4년간 입주 물량이 줄어들자 그 여파로 2015년이후에는 다시 입주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공급량이 크게 변동하지만, 아파트 가격의 변화는 공급량 변화에 비해서는 작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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